결투 각서 쓰고 싸우다 사망, 폭행치사 무죄가 선고된 이유

결투 각서 쓰고 싸우다 사망했는데 폭행치사죄는 왜 무죄였을까


서로 싸우기로 합의하고 각서까지 작성한 뒤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사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당연히 폭행치사죄로 처벌받아야 할까요?


최근 이른바 ‘결투 각서’를 작성하고 싸우다 한 사람이 사망했지만, 법원이 폭행치사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결투 각서 무죄 사례 설명
결투 각서 무죄 사례 설명



기사 제목만 보면 마치 결투 각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처벌을 피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판결의 핵심은 결투 각서가 아닙니다. 법원은 폭행죄 자체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의 사망 결과까지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폭행치사죄가 성립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결투 각서는 실제로 어떤 효력이 있는지, 그리고 사람이 사망한 폭행 사건에서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사건은 어떻게 발생했을까


사건은 아파트 동대표 회의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두 사람이 회의 중 의견 충돌로 말다툼을 벌였고, 회의실 밖으로 나가 몸싸움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싸움에 대해 서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이른바 결투 각서도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고 머리 부위를 발로 걷어찼고, 주변 사람들이 싸움을 말려 몸싸움은 중단되었지만, 이후 피해자가 쓰러졌으며,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으로는 급성심장사의 가능성이 제시되어, 검찰은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보고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폭행치사죄 무죄
폭행치사죄 무죄



하지만 법원은 폭행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폭행죄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이 선고됐고 항소심에서도 이러한 판단이 유지됐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때렸고, 그 사람이 사망했는데 어떻게 폭행치사죄가 무죄일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폭행치사죄의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이 사망했다고 폭행치사죄가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폭행치사죄는 폭행이라는 기본 범죄로 인해 예상보다 무거운 사망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처벌하는 결과적 가중범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을 때릴 의도는 있었지만, 사람을 죽일 의도까지는 없었던 상황에서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살인죄 무죄 사례 보러가기



폭행치사죄가 성립하려면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상대방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려는 폭행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실제 폭행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합니다.

셋째, 폭행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세 번째,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입니다. 폭행이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 사망 결과를 당시 피고인이 예견할 수 없었다면 폭행치사죄로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폭행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자체는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급성심장사에 이를 가능성까지 예상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폭행과 사망이 연결된다는 것과 사망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예견 가능성은 어떻게 판단할까


그렇다면 법원은 사망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피고인이 단순히 “죽을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예견 가능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사건 당시의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예견가능성과 무죄
예견가능성과 무죄


1. 먼저 폭행의 방법과 강도를 봅니다.

주먹으로 한 차례 밀친 경우와 둔기나 흉기로 머리를 반복해서 가격한 경우는 위험성이 전혀 다릅니다.

2. 공격한 신체 부위도 중요합니다.

머리, 목, 가슴, 복부처럼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부위를 강하게 반복해서 공격했다면 사망이나 중상해의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해자가 쓰러진 뒤에도 계속 폭행했는지, 여러 사람이 함께 공격했는지, 위험한 물건을 사용했는지도 확인합니다.

3. 피해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사망 결과의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견상 건강해 보였고, 폭행 당시 특별한 이상 증상도 없었으며, 예상하기 어려운 기저질환 때문에 사망한 경우라면 예견 가능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을 발로 찰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붙잡힌 상태였다는 점, 폭행의 강도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피해자가 사망을 예상할 만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법원은 급성심장사라는 결과까지 피고인이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투 각서를 쓰면 폭행죄가 없어질까


이번 사건에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결투 각서입니다. 서로 싸우기로 합의하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했다면 폭행에 동의한 것이므로 처벌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투 각서와 무죄
결투 각서와 무죄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결투 각서는 폭행을 합법화하는 면허증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형법은 피해자가 일정한 법익 침해에 동의한 경우 위법성이 없어질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를 피해자의 승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신체 침해에 대한 동의가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생명과 중대한 신체 침해는 개인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폭행의 목적과 방법, 강도 및 행위의 사회적 상당성도 함께 판단됩니다.


친선 스포츠나 규칙이 있는 경기와 달리, 감정적인 다툼 끝에 중요 부위를 반복해 때리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신체 접촉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결투 각서가 있었지만 폭행죄는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이 사건에서 결투 각서는 폭행죄를 없애는 자료가 아니었고, 다만 두 사람이 싸움에 이르게 된 경위와 피고인이 당시 어느 정도의 결과를 예상했는지를 판단하는 정황자료 중 하나로 고려된 것이었습니다.


폭행치사죄와 상해치사죄, 살인죄의 차이


사람을 폭행한 뒤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는 폭행치사죄뿐 아니라 상해치사죄 또는 살인죄까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죄가 성립하는지는 피고인의 고의와 행위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법무법인 LF 형사사건 조력
법무법인 LF 형사사건 조력



먼저 폭행치사죄는 상대방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려는 폭행의 고의는 있지만, 상해를 입히려는 고의까지 명확히 인정되지는 않는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여기에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고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면 폭행치사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상해치사죄는 피해자의 건강 상태나 신체 기능을 훼손하려는 상해의 고의가 있었고, 그 상해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밀거나 접촉하려는 정도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기능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인정된다면 상해치사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살인죄는 피해자를 사망하게 하려는 확정적인 의도가 있거나,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감수한 경우에 성립할 수 있습니다. 흉기로 목이나 가슴을 공격하거나, 피해자가 쓰러진 이후에도 머리 등 중요 부위를 계속 가격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까지 검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사망한 폭행 사건에서는 단순히 폭행 사실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사용한 도구, 공격 부위, 횟수, 강도, 피해자가 쓰러진 이후의 행동까지 세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쌍방 폭행이면 서로 책임이 없어질까


이번 사건처럼 두 사람이 싸우기로 합의했거나 서로 폭행한 경우에는 쌍방 폭행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쌍방 폭행이라는 이유로 서로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쌍방폭행 문제
쌍방폭행 문제



수사기관과 법원은 각 사람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별도로 판단합니다.


상대방이 먼저 욕설하거나 싸움을 제안했다는 것과 먼저 신체적인 공격을 시작했다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먼저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공격이 이미 끝난 이후 보복 목적으로 폭행했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당한 공격을 막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방어행위를 했다면 정당방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쌍방 폭행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누가 먼저 실제 신체적 공격을 시작했는지, 공격이 계속 진행 중이었는지, 방어행위가 필요한 범위였는지, 공격과 방어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상대방이 쓰러진 뒤에도 폭행이 계속됐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단순히 “쌍방이었습니다”라는 말만으로 형사책임이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는 어떤 증거가 필요할까


폭행 후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는 초기 증거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피해자 사망과 증거자료
피해자 사망과 증거자료


첫 번째는 CCTV입니다.

CCTV에는 최초 신체 접촉의 시점, 폭행의 방법과 강도, 피해자가 쓰러진 과정, 주변 사람들이 제지한 상황이 담길 수 있습니다. CCTV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될 수 있으므로 신속하게 확보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블랙박스와 휴대전화 촬영 영상입니다.

사건 장소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나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이 폭행의 전후 상황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목격자 진술입니다.

다만 목격자가 싸움 전체를 보았는지 일부만 보았는지, 어느 위치에서 어떤 장면을 보았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부검 결과와 의료자료입니다.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폭행이 사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기저질환이 개입됐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통화와 메시지 기록입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건강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 사건 전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사건 직후 관련자들과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는 사건 이후의 조치입니다.

119 신고를 했는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는지, 피해자를 방치하거나 현장을 이탈했는지도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목격자와 진술을 맞추려는 행동은 오히려 불리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폭행치사 혐의를 받는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폭행치사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과 때문에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혐의를 무조건 인정하거나, 반대로 폭행 사실까지 전부 부인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폭행치사죄 대응 방향
폭행치사죄 대응 방향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실제로 한 행동의 범위를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입니다.

몇 차례, 어떤 방법으로 폭행했는지, 어느 부위를 공격했는지, 피해자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다른 물체와 충돌했는지, 다른 사람의 폭행이 개입됐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토해야 합니다.

폭행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 기저질환이나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는지, 감정 결과에 불명확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사망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는 별도의 쟁점입니다.

폭행의 강도가 일반적으로 사망을 초래할 정도였는지, 피해자에게 특별한 증상이 있었는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건강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피해자 유족에 대한 피해 회복과 합의도 중요합니다.

다만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연락하거나 모든 책임을 인정하는 표현을 사용하면 변론 방향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합의와 사과 역시 사건의 사실관계 및 적용 가능한 죄명을 검토한 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결투 사망 사건과 폭행치사죄 변호사 상담 문의


이번 결투 사망 사건에서 폭행치사죄가 무죄로 판단된 이유는 결투 각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폭행죄 자체는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폭행으로 피해자가 급성심장사에 이를 것까지 피고인이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는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 폭행과 상해의 고의,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각각 구분해야 합니다. 또한 쌍방 폭행 여부, 공격의 방법과 강도, 피해자의 건강 상태, CCTV와 목격자 진술 및 의료 감정 결과를 모두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은 초기 진술 한마디와 증거 확보 시점에 따라 사건의 법적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폭행치사, 상해치사 또는 살인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사건 초기부터 객관적인 자료를 기준으로 적용 죄명과 대응 방향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폭행치사죄 변호사 상담 문의
폭행치사죄 변호사 상담 문의



법무법인 LF 손병구 형사전문변호사는 사법시험(53회) 합격 및 사법연수원 수료,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형사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률 쟁점을 직접 검토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손병구 대표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사건에 필요한 대응 방향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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